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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 조각+나를 찾아서]/실버스타인

가온찍기 2007. 5. 3. 13:42

 

[잃어버린 한 조각+나를 찾아서]/실버스타인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에서, 실버스타인은 자기 몸의 한 조각을 잃어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진리를

아름다운 은유와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한쪽을 잃어버린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한쪽을 찾아 완전해지고 싶은 소망에서,

길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뜨거운 햇살을 만나 고통 받다가, 시원한 소나기로 기운을 되찾기도 하고,

눈 속에서 꽁꽁 얼다가 따뜻한 햇살에 몸이 녹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가 빠졌기 때문에 빨리 구를 수 없는 동그라미는

길에서 만난 벌레와 이야기도 하고, 꽃의 향기를 맡기도 한다.

길에서 만난 풍뎅이와 나비와 함께 놀기도 하고,

노래 부르는 행복한 여행이었지만,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한쪽을 찾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동그라미는 끊임없이 완벽해지려는 욕구를 지녔기 때문에,

힘겹게 바다와 늪과 밀림을 지나고, 비탈진 산길에서 구르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끊임없이 완전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역경을 극복해 가는

우리 자신과 만나게 된다.

가끔은 이런 과정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거기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성취 추구로 곧 다시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동그라미는 그대로 닮았다.

이런 노력 끝에 마침내 동그라미는 한쪽을 만나게 된다.

그렇지만 동그라미가 만난 조각들은 동그라미를 거부하기도 하고,

어떤 건 너무 작고, 어떤 건 너무 크고, 어떤 건 네모나서 맞지 않았고,

어떤 건 처음에는 맞는 듯하였으나,

꼭 맞는 것은 아니어서 그만 비탈길에서 잃어버리게 되었다.

다시 만난 한쪽은 잘 맞는 것 같았으나 너무 꼭 끼어서 그만 부서져 버리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가지 짝을 만나 겪는 시행착오 과정에 미소를 짓게 된다.

다시 길을 떠난 동그라미는 뜻밖에 이상한 사건도 겪고, 구덩이에 빠지기도 하고,

돌담에 부딪혀 코가 깨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짝을 찾게 된다.

제 짝을 만난 동그라미는 기뻐하며 완전해졌기 때문에 예전보다 훨씬 빨리 굴러가기 시작했다.

이제 완전한 동그라미는 너무 빨리 굴러가게 되어서

벌레도, 꽃도 나비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기쁨을 주었던 벌레와의 대화도, 꽃의 향기도 동그라미는 포기해야 했다.

그렇지만 즐거운 노래는 부를 수 있을 것 같아,

동그라미는 짝을 찾은 기쁨을 노래하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꼭 맞는 짝을 찾은 동그라미는

그만 입이 열리지 않아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결국 동그라미는 되찾은 조각을 살며시 다시 내려놓고

이가 빠진 채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길을 떠난다.

완전함을 추구하여 길을 떠났고, 여러 역경을 극복하고 한쪽을 찾았지만,

그 완전함으로 우리는 천천히 갈 때 만났던 많은 즐거움과, 혼자이기 때문에

자유로웠던 많은 것을 어떻게 잃게 되는지를

실버스타인은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빠진 동그라미의 선택은 서서히 구르며 노래하는 것이었고, 그

러면서도 여전히 잃어버린 한쪽을 찾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은 단순한 삽화와 짧은 글에서

아동에게는 즐거운 책 읽기가 될 것이다.

또한 성인에게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삽화와 은유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음미하다 보면,

속도와 성취를 강조하는 오늘의 삶에서 성취의 본질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옹달샘을 만나는 기쁨이 될 것이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

 

한 조각을 잃어 버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슬픔에 찬 동그라미, 잃어버린 조각 찾아

데굴데굴 길 떠나네.

 

어떤 날은 햇살 아래, 어떤 날은 소나기로

어떤 날은 꽁꽁 얼다. 길옆에서 잠깐 쉬고

에야디야 굴러가네.

 

어디 갔나 나의 한 쪽, 벌판 지나 바다 건너

갈대 무성한 늪 헤치고, 비탈진 산길 낑낑 올라

둥실둥실 찾아가네.

 

한 조각을 만났으나, 너무 작아 헐렁헐렁

다른 조각 찾았으나, 너무 커서 울퉁불퉁

이리 저리 헤매 누나.

 

저기 저기 소나무 밑, 누워 자는 한 쪼가리

비틀 비틀 다가가서, 맞춰 보니 내 짝일세

얼싸 좋네 찾았구나.

 

기쁨에 찬 동그라미, 지난 얘기하려다가

입이 닫혀 말 못하니, 동그라미 생각하네

이런 것이 그렇구나.

 

냇물 가에 쭈그리고, 슬퍼하던 동그라미

애써 찾은 한 조각을, 살그머니 내려놓고

데굴데굴 길 떠나네.

 

길 떠나네 길 떠나네

길 떠나네 길 떠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