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쓸쓸하여
가을을 불렀나보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이
이별하는 이
모두 깊고 넓은 마음 가지라고
저리도 높고 넓은 가을을 불렀나보다
무슨 열매의 알맹이처럼 빠알간 햇살도
한 세상의 풍경을 책임지던
나뭇잎 하나의 떨어지는 순간 놓치지 말고
잘 비추어주라고 하늘이 불렀나보다
그리고 저렇게 다 두고 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깨닳길 바라며
바람이 자꾸만 내 겨드랑이를 간질이는 것도
하늘이 부른 넉넉한 가을 풍경인가보다
아, 이 가을날엔 기분 좋은 가을볕에 누워
채 다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봉하지 못한
그리운 편지봉투처럼 내 가슴을 열어두고 싶다
그 안에 가을 같은 사람 하나 들어와
다 하지 못한 내 말 대신 전해주었음 좋겠다
사랑이라는 말은
가을이 대신 써 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 中에서 /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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