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페지오네 소나타 / 슈베르트
슈베르트가 작곡한 많은 실내악 작품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사랑 받은 작품의 하나인 이 곡의 원래 제목은 '아르페지오네와 클라비어를 위한 소나타'이다.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는 1823년에 비엔나의 악기제작자 슈타우퍼가 고안한 악기로, 겉모양은 여섯 줄의 기타와 비슷하지만 연주방법은 첼로와 유사하다. 그래서 '기타 첼로' 또는 '사랑의 기타'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소리가 약해 풍부한 감성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져버렸다. 악기가 만들어진 이듬해 이 악기를 위한 거의 유일한 작품인 이 곡을 슈베르트가 남기지 않았더라면 그 이름조차 잊힐 뻔 했다. 슈베르트는 종종 자신의 음악에서 당시 작곡가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더블베이스나 트롬본 등을 사용하여 깊이 있는 음향을 추구하기도 했는데, 아르페지오네는 특히 높은 소리에서 아름답고 선율적인 소리를 냈기 때문에 장르에 상관없이 노래를 지향하는 슈베르트의 취향에 맞았을 것이다.
슈베르트는 1824년 한 일기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이 드러난 것입니다.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곡을 쓸 당시 슈베르트는 이미 자신의 몸이 병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가난과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삶의 고통과 슬픔을 항상 친구처럼 동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절망과 고통의 순간에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을 피워낸 슈베르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한 악기의 운명을 영예롭게 해 주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현대의 첼리스트들에게 가장 많이 선호하는 연주레퍼토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지만 첼로에 비해 음역이 높은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작곡되었기 때문에 첼리스트들에게 상당히 고난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며 이 때문에 종종 비올라로 연주되기도 한다. 간혹 더블베이스나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연주되기도 하지만 비올라를 위한 명곡이 드문 상황에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레퍼토리임이 분명하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으로 감미롭고 우아한 A단조의 제1주제와 명랑하고 확신에 찬 C장조의 제2주제가 대비되지만 실제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명쾌한 제2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호가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제1주제가 갖는 서정성일 것이다. 소박하고 서정적인 노래에서부터 강렬한 감정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1악장에서 보여주는 표현의 폭은 실로 깊고 넓다. E단조의 2악장은 유장한 선율미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언가(song without words)의 느낌을 주는 이 악장은 시종일관 애수와 동경의 악상을 담고 있는 가곡처럼 들린다. 비올라와 기타의 2중주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2악장의 끝 부분에서는 비올라의 인상 깊은 연결부분을 통해 중단 없이 3악장으로 이어진다. 3악장에서는 2악장의 특징을 그대로 지속하면서 론도형식을 전개된다. 론도의 주제는 1악장과 마찬가지로 우아한 노래의 성격을 가지며 이와 대비되는 새로운 주제는 역동적이고 쾌활하다. 3악장에서도 슈베르트는 느리고 빠른 부분의 교대와 장조와 단조의 변화를 통해 광범위한 시적 표현과 즉흥연주의 분위기를 일궈낸다.
첼로 연주자들 중에서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다니엘 샤프란 등 많은 연주자들이 이곡을 연주했으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를 간결하고 절제미를 갖추고 있어 개인적으로 즐겨 듣는 연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