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속에 숨어 있는 조개 같은 사람 / 5번 유형
모든 병은 마음에서 시작된다고한다.
이때의 마음은 혼(psyche)을 말한다.
인간이 이기심에 둘러싸여 관계의 줄이 끊어지기 시작할 때
자기 방어의 벽을 치고 그 안으로 숨어버리게 된다.
이기적이란 영어 단어 selfish 는 조개나 패류를 말하는 sellfish 와 아주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모래 속에 깊이 숨어 있으면서 그리고 단단한 껍질 속에서 자기 실속만을 챙기고 있는
이기적 인간의 속성을 조개의 모습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바다와 모래라고 하는 익명성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
타인의 것들을 끊임없이 섭취하면서 자신의 것들은 내주지 않는 속성이 이기심이다.
바로 이 이기심 가운데 지적 이기심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이다.
이른바 지식과 정보의 진공청소기라고 불리워지는 이 유형은 빨아들이기만 하지
내놓지 못하는 진공청소기처럼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들은 머리형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가슴을 열고 내주어야하는 일에는 좀처럼 끼지 않는다.
자신의 수고와 열기로 타인을 덥히는 일은 그들의 합리적 이성이 허락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수집벽이 있기 때문에 긁어모으는 것은 잘하지만 남과 나누는 일은 어렵다.
지식이든 물질이든 순환하지 못하면 썩게되고 결국은 생명의 흐름은 멈추게 되기 마련이다.
지식이 발효하여 지혜가 되지 못할 때 그 지식은 집착의 감옥이 되고 그의 몸과 마음은 병들게 된다.
5번 유형들은 빛과 에너지 - 의식의 창조력을 독식하는 데서 오는 영혼의 암환자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미래의 공포와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식과 정보로 요새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적은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 5유형의 특성
이들은 개별적인 조개처럼 사적이고 개인의 공간과 영역을 지키고 방어하는 데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정신세계 속에 안주하면서 지적 통제력을 행사한다.
무엇이든지 수집하기를 좋아하고 전집류를 읽어대는 사람처럼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한다.
자신을 부담스럽게하는 의무와 욕구를 피하고 변덕스러운 감정과 열성 (4번 날개)을 애써 피한다.
뒷전에서 관찰자 입장에 서는 5번 유형들은 자신의 시간, 공간, 자원, 금전등에 대한 타인의 요구를 철저히
경계한다.
이들은 자신의 세계 안에 안주하면서 자신의 공식과 체계와 이론을 미리 생각하고 만들어 내면서 외부의
요구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객관성을 유지하고 합리적 판단에 근거하여 행동하는 이들은 가사는 아는데 노래는 부르지 못하는 사람처럼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삶을 즐기는 일에 서툴다.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고 핵심을 말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벙어리에 다름없다는 사실은 간파할 수 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말수가 적고 나약한 것처럼 보이는 5번 유형의 특징은
사실 가면으로 위장을 하고 있는 전술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5번 유형은 보이는 것처럼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공무원 교육원에서 8번 유형의 상급자가 자신의 5번 유형 부하를 죽이고 싶다는 분노의 말과 함께 그에 대한 대처를 질문한 적이 있다.
성질 급하고 화를 잘 내는 8번 유형으로서야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겠지만 뛰어난 사전 준비와 지적 통제로 무장하고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과 최고의 분석력을 갖춘 5번 유형은 속으로
그를 비웃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만 있다면 합리적으로 꼼작 못하게 공세를 취할 5유형에게 결국은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5유형의 열망은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예비 조사를 하고 사전 연구를 통하여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여야 안심이 된다.
또한 일이 끝난 뒤에 바둑기사가 복기 하듯이 세부 사항들을 되돌아보고 재검토, 재 설계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작업과정들은 본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그 이유는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감정, 자아, 영역을 관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을 세우고 선견지명이 있는 5유형들은 갑작스럽게 사람이 찾아오고 일이 생기는 것. 놀라고
당황하게 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5유형들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일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드물다.
5번 유형은 에니어그램 유형중에 가장 집중력이 뛰어난 사색가이며 복잡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해 내는
능력이 있다.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 7번과 5번 유형인데 7번은 포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비해 5번 유형은 전문가적
식견이나 제한된 경험을 퍼즐식으로 큰틀에 끼워 맞추는 방식을 좋아한다.
건강한 5번 유형은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
이런 면은 1번 유형과 상통하는데 그 내면의 동기는 다르다. 1번 완벽주의자는 당연히 예절을 지켜야 본인의 품위가 유지된다고 생각하지만 5유형은 자신의 감수성과 경계선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신중하다.
성숙한 5번 유형은 자신의 공간뿐만 아니라 타인의 공간을 보호하고 배려해준다.
5번 유형으로부터 공간과 관련된 선물을 받았다면 그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성숙한 5유형은 절제되어 있고 사려 깊으며 매우 너그럽다.
인간 유형 중에서 가장 너그러운 사람은 수전노나 자린고비가 자리잡고 있는 5번 유형에서 나온다는 역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이기심의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있다.
독수리가 자기 주제파악을 못하면 칠면조나 공작새처럼 살아 갈 수 있다.
순간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진실을 팽개치는 3번 유형은 그렇게 살아가는 인간의 비참함을 보여준다.
5번 유형 역시 양적인 지식의 확산이 자기 살길인 줄 알지만 그것이 자신의 감옥인줄 모른다.
한쪽 날개로만 ,아니면 두 날개를 접은 채 하늘을 날아 보려는 망상에 왜 인간은 시달리는 것일까?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두려움을 에니어그램 각자 유형은 나름대로의 생존 본능 코드로 풀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두려움의 코드를 이해하면 할수록 삶의 모든 것들은 의식확장이란 목적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즉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일들은 배우고자하는 마음만 있다면, 순간순간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고자만 한다면 좋고 나쁜 일이 애당초부터 없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두려움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이다. 이 불신의 뿌리를 그대로 놔두고 신을 찾은들 그는 진정한 믿음에 들어설 수 없다.
두려움이란 영혼의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잘못될까봐 두려워하게 하고 결국 어떤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진리와 빛과 사랑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은 고작 무얼 먹을까, 입을까 하는 걱정 속에서 삶을 스스로 망치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결국 이 두려움의 안전장치로 사람들이 쉽게 사용하는 것이 분노이다.
진정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매사에 화를 내면서 살아 갈 수 있을까?
분노의 밑바닥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밑바닥에는 그리움이 있다.
바로 그 그리움이 신이 우리에게 준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다.
에니어그램 5번 유형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기에 여념이 없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살아가는 데 아무 쓸모 없을까봐 또한 두려워한다.
이 이중적 두려움의 허구적 실체를 기도와 명상으로 진정시키는 지혜가 5번 유형에게는 필요하다.
그 지혜를 통하여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살펴보고 확인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두려움이란
상상이요 비현실이었음을 통찰하게 될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았건만 왜 이렇게 헛된 두려움에 시달려 왔는지 자각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내일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 또한 아침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은 것이 인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알지 못하는 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을 믿는 믿음에 있다.
모르는 것을 믿는 믿음으로 모르는 것을 알아 가는 이 역설의 오묘함이라니….
5번 유형은 바로 이 모르는 것을 믿는 믿음이 필요한 사람이다./이병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