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감상실/동화

호수가 숲 속 길 친구들

가온찍기 2007. 5. 6. 22:14

 

호수 가 숲 속 길 친구들

 

순이가 호수 가 숲 속 길에 아빠랑 손을 잡고 산책을 합니다.

순이는 엄마랑 아빠랑 호수 가에 있는 예쁜 집에 살고 있어요. 엄마가 저녁밥을 지으실 때면,

아빠는 순이를 데리고 집을 나서서 호수 가를 따라 난 예쁜 숲 속 길을 산책하시지요.

 

순이와 아빠가 산책을 다니는 호수 가 예쁜 숲 속 길 가에는 키 작은 자작나무 형제가 모여 있는

곳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그 작은 자작나무 형제들 뒤에 얼룩 고양이가 숨어서 순이를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곳엔 노랑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고요.

 

순이는 자작나무 형제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 핀 노랑꽃들이 너무 예뻤어요.

 

“아빠 저 꽃들 좀 봐요!

 

순이는 아빠 손을 잡아 흔들며 꽃들을 가리켰어요.

 

“어디?

 

순이 아빠가 순이에게 대꾸하며 자작나무 형제가 있는 쪽을 쳐다보자, 얼룩고양이는 얼굴을 내밀어

순이를 바라보려다가 얼른 다시 몸을 숨겼어요.

 

“그래 너무 예쁜 노랑꽃들이구나!

 

아빠는 순이의 손을 꼭 잡아주며 감탄하셨지요. 그리곤 순이를 보시며 순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요.

그때 얼른 고양이는 얼룩 발을 삐죽 내밀어 순이에게 보여 주었지요. 노랑꽃 사이로 얼룩 고양이

발이 쑤욱 나오자 순이는 깜짝 놀라 반갑게 소리쳤어요.

 

“고양이다!

 

“으응? 어디 어디?

 

아빠가 돌아보았을 때에는 이미 얼룩 고양이는 얼른 발을 오므리고 잽싸게 자작나무 형제들 뒤로

숨은 뒤였지요.

 

“고양이야 나와라!

 

순이는 얼룩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아빠는 순이가 쳐다보고 있는 자작나무 형제들을 쳐다보았지만 숨어 있는 얼룩 고양이를 볼 수가

없었어요.

순이가 고양이를 보려고 아빠 손을 놓고 살금살금 자작나무 형제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하자

자작나무 형제 뒤에 숨어 있는 얼룩 고양이는 다가오는 순이의 발걸음을 세며 기뻐하고 있었어요.

 

“바삭 바삭 바삭”

 

마른 나무 가지들을 밟으며 순이가 세 걸음을 걸었답니다.

 

“아! 순이가 세 발자국을 걸었다. 세 발자국만 더 걸으면 순이와 만날 수 있겠구나!

 

얼룩 고양이는 콩당콩당 뛰는 가슴에 두 앞발을 얹고 눈을 꼭 감은 채 순이랑 만날 순간을 잔뜩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돼. 순이야! 그쪽으로 가면 안돼”

 

아빠가 소리치며 얼른 발 밑에 돌을 집어 자작나무 형제에게 던졌습니다.

 

“딱”

 

아빠가 던진 돌은 자작나무 형제들 중에 막내에게 맞았습니다.

 

“아야!” 자작나무 막내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얼룩 고양이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야옹”하고 크게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어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도망쳐서 멀리 있는 깊은 덩굴 더미 밑으로 숨었을 때까지도 얼룩 고양이의 놀란 가슴은

쿵쿵 뛰고 있었지요.

 

“어? 정말 있었네!

 

“에이 도망갔다!

 

아빠와 순이가 도망가는 얼룩 고양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다시 아빠와 순이는 손을 잡고 아름다운 호수가 숲 속 길을 걸어갑니다. 호수 가를 따라 즐겁게 걷고

있지요.

그들을 따라 호수가 얕은 물로는 어느새 피라미들이 꼬리치며 따라오고 있습니다.

 

“얼룩 괭이는 얼룩 괭이는 순이를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좋아한대요“

 

피라미 아이들이 조그만 입을 벌려 순이를 향해 노래를 합니다. 그러다 순이 아빠의 큰 그림자가

물에 비치면 무서워서 얼른 흩어져 도망가지요.

순이가 호수 가의 작은 바위 가족들 옆을 지나갑니다. 피라미들은 순이가 바위 가족들에 가려져

안보였어요.

 

“얘 청개구리야. 얼른 바위 위로 올라가봐. 우리는 순이가 안보여”

 

피라미들이 부탁하자 물가에 있던 청개구리는 폴짝 뛰어 엄마바위 어깨 위로 올라갑니다.

 

“어! 순이 신발이 벗겨졌다.

 

청개구리가 동그랗게 눈을 뜨며 피라미들을 돌아보고 알려주었습니다.

 

“얘기 하지 마! 얘기 하지 마! 신발 찾으러 다시 오게.

 

피라미 들이 일제히 소리칩니다.

 

“안돼! 우리 때문에 순이가 발 다쳐”

 

이때 길 위에 놓여있던 작은 꼬마 조약돌들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순이의 발바닥을 간질이었습니다.

 

“아빠 신발!

 

“어. 또 벗겨졌구나”

 

아빠는 뒤에 남겨진 순이 신발 한 짝을 집어와 순이 발바닥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신겨주었습니다.  

 

“짹짹, 순이야! 저기 봐 짹짹, 저기 봐 짹짹.

 

길가의 소나무 숲에서 참새들이 순이를 불렀습니다. 참새들의 짹짹 소리에 순이가 고개를 들어

참새들을 쳐다봅니다.

 

“짹짹. 아니, 아니, 여기 말고 순이야. 짹짹, 저 뒤에 얼룩 고양이가 따라오고 있잖아. 짹짹.

 

길가 꽃잎과 풀잎 사이로 몸을 감추고 살살 순이를 따라오던 얼룩 고양이는 순이를 “야옹”하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빠의 무서운 돌팔매가 생각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 조금만 더 가면 소나무 숲은 끝나고 얼룩 고양이는 숨을 곳이 없습니다. 얼룩 고양이는 소나무

숲의 끝에 서있는 아기 소나무 뒤에서 순이를 배웅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얘 참새야 자작나무 막내는 어떻게 되었니?” “돌에 맞았다며? 많이 다쳤다니?

 

소나무 아저씨와 소나무 아줌마가 참새들을 가지에 앉히며 참새들에게 물었습니다.

 

“가지가 부러지지는 않았나 봐요. 껍질이 조금 까져서 쓰라렸는지 많이 울었대요. 시내 골 바람처녀

아가씨가 흔들흔들 달래서 재우고 있어요.

 

소나무 아저씨와 소나무 아줌마는 안심이 되었는지 가지를 흔들어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자 그늘이 사라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갑자기 순이의 얼굴로 쏟아집니다.

순이는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그러자 해님이 말했습니다.

 

“얘, 조각구름아! 내 앞 좀 가려주렴. 순이가 눈이 부신가 봐.

 

“네”

 

조각구름 친구들이 얼른 해님을 가려주어 순이는 눈을 다시 크게 뜰 수 있었습니다.

 

이제 순이네 집이 가까이 보였습니다. 엄마가 밥을 다 지으셨는지 맛있는 반찬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요. 집 앞에 나오신 엄마가 순이와 아빠에게 손을 흔드시는 모습도 보입니다.

갑자기 순이는 몸을 돌려 호수가 숲 속 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친구들아 잘 있어. 내일 또 보자”

 

아빠도 그런 순이를 보고 웃으며 숲 속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와! 순이가 인사한다.” “우리보고 친구래. 너무 좋아!

 

 


피라미들이 좋아하며 물 위로 튀어 올라 물방울을 튀깁니다.

청개구리는 “개골”하며 크게 순이에게 인사를 합니다.

바위 가족들과 길 위의 작은 돌 아이들도 순이를 향해 미소를 짓습니다.

소나무들도 “쏴아”하며 바람에 솔향기를 실어 순이의 머리카락을 만져 인사를 전합니다.

멀리서 자작나무 형제들도 손을 흔듭니다. 시내 골 바람처녀 품에서 잠이 들었던 자작나무 막내도

눈을 뜨고 멀리 보이는 순이에게 작은 손을 흔들어 줍니다.

참새들은 “짹짹짹짹” 소리 높여 순이에게 잘 가라고 인사합니다.

 

“잘 가 순이야. 언젠가는 네가 아기였을 때처럼 네 옆에서 내 앞발로 얄미운 모기들을 쫓아 줄께”

 

아기 소나무 뒤에 숨은 얼룩 고양이는 순이에게 앞발을 흔들며 인사합니다.

오래 전 순이가 아기였을 때, 밭일하는 엄마 옆에서 잠이 들면 얼룩 고양이는 순이 옆을 지키며 두

앞발을 흔들어 순이의 여린 살을 빨갛게 부풀어 오르게 하는 얄미운 모기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쫓아 주었답니다.

 

얼룩 고양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즐겁게 집을 향해 걸어가는 순이의 하얀 종아리에 모기가 물어

빨갛게 부풀은 자국들 몇 개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안녕 순이야 내일 또 봐!

 

호수가 숲 속 길의 순이 친구들은 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입을 모아 인사합니다.

 

                                         지은이/나그네